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 지금까지 알고 있던 일본은 잊어라! 철도 위를 달리는 팔레트, 각양각색의 일본 기차를 타고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은 진짜 일본을 만난다!
끝없이 펼쳐진 세계 최대의 원시림, 시라카미 산지부터 그 속에 자리 잡은 신비로운 푸른빛의 호수, 아오이케. 숲에 폭 둘러싸인 진짜 일본 시골 마을, 아지무까지! 혼자 여행하기의 달인이자 [홋카이도 보통열차]의 저자 싱어송라이터 오지은 씨와 함께 우리가 몰랐던 일본을 만나러 끝없이 달리는 기차에 몸을 실어보자!
제3부 휴(休), 쉬어가다 - 아오모리
다음 여행지는 아키타의 옆에 위치한 푸른 숲 '아오모리(青森)'이다. 아오모리를 대표하는 관광 기차 '리조트 시라카미(リゾートしらかみ)'. 리조트 시라카미는 아오모리의 자연환경을 즐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다른 기차보다 훨씬 넓은 창을 자랑한다. 끝없이 펼쳐지는 새파란 바다와 수백 그루의 나무가 만든 숲 터널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게 기차는 느리게 달린다. 차창 밖을 바라보며 느림과 여유가 주는 아름다움에 빠진다. 리조트 시라카미의 또 다른 즐거움은 ‘샤미센(三味線)’이라는 일본 전통 악기를 기차 내에서 연주하는 것이다. 구성진 샤미센 연주를 들으며 세계 최대의 원시림 '시라카미 산지(白神山地)'로 이동한다. 시라카미 산지는 아키타와 아오모리를 걸친 커다란 원시림으로 유네스코 자연유산에 등재되어있다. 애니메이션 <원령공주>의 배경이 되기도 한 이곳은 수령 200년은 족히 넘은 너도밤나무들이 신비로운 숲을 이룬다. 이 시라키미 산지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알려진 것이 바로 시라카미 산지의 숨겨진 푸른 눈동자 '아오이케(青い池)'다. 아오이케는 투명한 푸른빛이 매혹적인 호수로 비가 오고 눈이 와도 투명한 물빛을 자랑한다고 한다. 이름도 생소한 마을에서 울리는 북소리에 이끌려 이동한 곳은 묘켄구. 그곳에서는 매년 이맘때마다 규슈의 3대 축제 '야쓰시로 묘켄사이(八代妙見祭)'가 열린다. 각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쳐 커다란 말의 고삐를 사방에서 잡고 이끌어 강을 건너가는데... 마을의 번영을 위해 차가운 강을 거스르는 신망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
된바람이 문풍지를 윙윙 울리고
문고리에 손이 쩍쩍 들러붙는 한겨울.
나무 타는 냄새 구수하게 퍼지고
하얀 연기 굴뚝으로 피어오르면
마음까지 훈훈해지고 따뜻해지는 것은 왜일까.
시뻘겋게 달아오른 아궁이 군불에
설설 끓는 아랫목이 마냥 그리운 계절.
아직도 아궁이 고수하며 살아가는 이들과 함께
따뜻하고 아련한 추억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3부. - 슬기로운 아궁이 생활
도시여자 박미정 씨가 시골남자 김락겸 씨를 만나 전남 담양에 터를 잡았다. 그릇 빚느라 쑤시고 찌뿌둥한 남편 몸을 제대로 찜질해주던 아궁이는 어느새 9살 아들 경택이의 겨울 놀이터가 됐다. 아궁이 장작불 때는 즐거움에 벌써부터 산에 들어가 살겠다고 선포한 경택이. 등교 전 아침 일찍 식은 아궁이를 깨우고 돌아오면 마주 앉아 아궁이 앞에서 하루를 마감하는 경택이는 화르르 타는 불길 바라보며 또 무슨 생각에 잠겼을까. 아빠의 뜨거운 가마에서 알록달록 예쁜 물고기들이 불길을 머금고 탄생하는 겨울밤. 아늑하고 멋들어진 한옥집 앞마당의 웃음이 어두움을 밝힌다.
아궁이 없는 산골 집은 단팥 없는 찐빵. 아궁이 없이 시골에서 무슨 재미로 살까. 아궁이 군불로 구들장 덥히고 가마솥 걸어 시골생활 재미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이상규, 양경옥 씨 부부. 가마솥 하나면 뭐든 만능. 이제 못할 것이 없다. 그 중에 주변 사람들과 가족들의 열띤 호응 속에 자부심 넘치게 만들고 있는 것은 뽕소금. 수년째 말린 뽕나무에 표고버섯 우린 물로 매캐한 연기 무릅쓰고 쉴 새 없이 땀 흘려가며 소금을 볶아내면 고소하고 맛있는 뽕소금이 탄생. 땅속에 묻어둔 무 큼직하게 썰어 뽕소금으로 매콤함 무김치 담그면 그야말로 밥도둑이 따로 없다.
한파를 넘어 혹한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린 사람들이 있다. 짜릿한 얼음낚시와 볼거리, 즐길 거리가 어우러진 대한민국 대표 겨울 축제 ‘화천 산천어축제’ 준비 현장부터, 황량한 겨울 산일수록 귀한 버섯들이 더 잘 보인다는 설산의 약초꾼들까지! 동장군에 맞서 거침없이 활약하는 이들의 하루를 따라가 본다.
겨울철 세계 7대 불가사의, 화천 산천어축제를 만든 숨은 주역들
지난해에만 무려 173만 명이 찾은 대한민국 대표 겨울 축제, ‘화천 산천어축제’. 명실상부한 최고의 축제를 만들기 위해 혹한의 추위에도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이 있다. 체감 온도 영하 30도에 육박하는 맹추위 속에서도 눈으로 거대한 성벽을 쌓고, 수백 장의 얼음을 동원해 미끄럼틀을 만드는가 하면, 축구장 면적 70배에 달하는 길이 4km의 얼음판 위에 자그마치 2만여 개의 얼음낚시용 구멍을 뚫고, 날마다 얼음장 같은 물속에 들어가 일일이 얼음 두께를 확인하는 잠수부까지! 축제의 이면에는 하나부터 열까지 사람의 힘이 필요하다. 조그만 시골 마을이 세계적인 축제의 장이 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사투를 벌이고 있는 축제의 숨은 주역들을 만나본다.
해발 1,000m 설산을 누비는 약초꾼
온통 얼어붙어 생명의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든 겨울 산을 누비는 이들이 있다. 해발 1,000m 거친 산 속을 헤매며 이들이 찾는 것은 바로 겨울 산의 귀물로 손꼽히는 ‘흰 말굽버섯’과 ‘박달 상황버섯’. 하지만 설령 목표물을 찾았다 해도, 높은 나무에 직접 올라가 손도끼로 채취를 해야 하기에 위험을 감수해야만 한다. 더욱이 해가 빨리 지는 겨울 산에서의 작업은 경력 20년이 넘는 약초꾼에도 결코 만만치가 않다. 혹한의 산지에서 자생한 겨울 산의 보물을 채취하기 위해 험준한 산을 헤매는 두 남자! 이들은 과연 무사히 설산의 귀물을 채취할 수 있을까?
경계 없는 위대한 발견
1660년에 창립되어 근대 과학의 발전을 이끌고 지금까지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과학 단체가 있다. 1662년, 영국 국왕인 찰스 2세로부터 ‘왕립’ 칭호를 받은 영국의 과학 단체, 바로 ‘자연과학 진흥을 위한 런던 왕립학회’이다. 아이작뉴턴, 벤저민 플랭크린, 마이클 페러데이 등 인류 과학 발전에 힘쓴 여러 과학자들이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지식채널e>에서는 개인의 신분 또는 학력과 관계없이 다양한 과학 지식을 탐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자연과학 진흥을 위한 런던 왕립학회’만의 열린 태도를 담은 '기묘한 물고기' 편을 방송한다.
기묘한 물고기의 당찬 등장
“어항에 살아 있는 붕어를 넣으면 무게의 변화가 거의 없지만,
죽은 붕어를 넣으면 무게가 늘어나는 것 같소! 왜 그렇소?”
국왕 찰스 2세의 확신에 찬 질문에 어떠한 학자도 쉽사리 나서서 답할 수 없었다. 국왕의 그릇된 추리를 지적하는 즉시, 불경죄를 적용받아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이때, 등장한 한 젊은 과학자. 그는 국왕에게 실험을 제안한다. 실험 끝에 발견한 진실, ‘붕어가 살아있든, 죽었든 어항의 무게는 변하지 않는다’. 이내 국왕 찰스 2세의 생각이 틀렸음이 밝혀졌다. “거참, 기묘한 물고기일세!” 국왕이 당찬 젊은 과학자를 가리켜 한 말이다.
국왕 찰스 2세와 기묘한 물고기 실험을 한 학자들이 모인 학회의 정식 명칭은 ‘자연과학 진흥을 위한 런던 왕립학회’이다. 근대 최초의 공식 과학 단체인 ‘자연과학 진흥을 위한 런던 왕립학회’의 역사는 1660년, 10여 명의 학자들과 함께 출발했지만, 지금까지 80여 명의 노벨상을 배출한 세계적으로 저명한 과학 학회이다.
누구나 될 수 있는 ‘기묘한 물고기’
누구나 ‘자연과학 진흥을 위한 런던 왕립학회’의 회원이 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얼마든지 자신이 발견한 흥미로운 사실을 편지에 부쳐 왕립학회에 보낼 수 있다. 유능한 과학자가 아니어도, 최종 학력이 초등학교여도 상관없다. 미생물을 발견한 덴마크 포목상 출신 과학자 ‘안토니 반 레벤후크’와 전자기 유도 법칙을 발견한 영국 제본소 수습공 출신 과학자 ‘마이클 패러데이’ 역시 왕립학회에 편지를 써 보낸 인물들이다. 왕립학회는 세계 최초의 정기 간행 학술지, ‘철학회보’를 통해 350여 년 간 새로운 지식을 발견한 이들의 편지를 모아 발간하고 있다.
36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왕립학회는 누구에게나 활짝 열린 과학 연구의 장이었다. 나이가 어려도, 완벽한 논문 형식을 지키지 않아도 좋다. 실험을 통해 독창적인 사실을 발견했다면, 왕립학회의 학술지에 보고서를 실거나 2014년 창간한 오픈 사이언스에 자신의 논문을 발표할 수도 있다.
‘자연과학 진흥을 위한 런던 왕립학회’의 신조를 나타내는 문장인 ‘nullius in verba'는 ’누구의 말도 취하지 마라‘는 의미이다. 누구의 말도 취하지 않는 대신, 왕립학회는 신분과 학력에 경계를 두지 않고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그들이 근대를 넘어 현대에도 인류 과학사를 이끌어 가는 이유이다. 지식채널e ‘기묘한 물고기’편은 EBS1에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