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포터즈 이야기

[리뷰] 허클베리핀, 바다를 품고 돌아오다 / 프롬, 그날의 별이 뜰 때

  • 작성일 2019.01.28
  • 조회수 1,198

바다를 품고 돌아오다, 그날의 별이 뜰 때


공연일: 2019.01.10 목 저녁 8시

방송일: 2019.01.31 목 밤 11시 55분

글 : 차정호

사진: 김한솔

허클베리 핀의 앨범 [오로라 피플]과 프롬의 앨범 [Midnight Candy]는 비유하자면 흘려듣는 스트리밍 노래보다는 어떤 이미지를 그리게 되고 그 공간의 냄새, 온도까지 상상하게 만드는 '영화'와도 같다는 생각을 했다. 보컬 뿐만이 아니라 여러 사운드적 요소들로 관객들을 상상하게 만드는 힘은 분명 어렵고 힘들다.

하지만 이번 EBS Space 공감 무대에서 허클베리 핀과 프롬은 각각의 매력으로 다른 장르의 영화 한 편씩을 들려준다. 물론 주인공은 관객인 당신과 나. 상상하기 나름이다. 모든 것은 허클베리 핀과 프롬이 마련했다. 우리는 그저 이들이 마련한 무대에서 자유롭게 상상하고 함께 즐기면 된다.




프롬

공연 목록

1. Milan blue

2. 영원처럼 안아줘

3. 어린밤에 우리

4. 후유증

5. 서로의 조각

6. 달의 뒤편으로 와요

7. 좋아해

예전에, 프롬의 전 앨범을 들어본 건 아니지만 ‘불꽃놀이’, ‘달의 뒤편으로 와요’, ‘Merry go round’ 등의 노래를 우연히 듣게 되면서 ‘프롬이라는 뮤지션은 달과 밤에 참 어울리는 뮤지션이구나’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프롬의 보컬은 그의 옅고 푸르스름한 밤바다 같은 음악 위에 포근하게 빛나는 달처럼 빛이 나는 듯 했다.

첫 번째 무대 ‘Milan blue’는 그런 프롬의 매력이 잘 드러난 음악이었다. 듣다 보면 밤바다를 계속해서 떠올리게 되는데 어둡고 무서운 바다보다는 달빛에 비춘 맑은 바다라 해야 맞겠다. 일렉 기타가 푸른 밤바다를 만든다. 프롬 특유의 보컬은 튀는 보컬이라기보다 음악의 일부로 녹아 들은 느낌이다. 일렉의 에코와 참 잘 섞여 들어간다. 약간은 몽환적으로 느껴졌던 것은 바로 이러한 특징들 때문 아니었을까.





두 번째 곡은 ‘영원처럼 안아줘’. 절제되면서도 리드미컬한 일렉 위에서 프롬의 보컬이 포근하게 안아준다. ‘두 눈을 감으며 가만히 잠들 때까지 영원처럼 안아줘’ 라는 가사는 특별하지는 않지만 음악 속에 잘 융화되어 풍부한 이미지를 떠오르게 한다. 피곤하지만 잠에 들지 않은 불면증 같은 밤에, 추억의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한 소년, 소녀가 떠오른다.




다음 무대는 ‘어린밤에 우리’ 였는데 전자 드럼이 곡의 분위기를 잡는다. 확실히 이 앨범[Midnight Candy]에서 만큼은, 아니 전체적으로 프롬은 시끌벅적한 저녁이 지난 후, 완전한 적막의 새벽이 되기 전 그 사이 ‘어린 밤’에 어울리는 싱어송 라이터다. 너무 복잡했나. 쉽게 말하면 잠에 들기 직전의 꿈 같은 음악이랄까. 모두가 떠난 뒤의 여운이 남아있고 추운 새벽의 적막이 오기 전, 묘한 기대감과 불안도 담겨 있는 그런 밤. 프롬의 매력이다.




네 번째 곡은 ‘후유증’. 이 무대는 비가 내릴 때 꺼내어 보고 싶은 무대였다. 비가 내리면 틀고 싶은 음악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약간은 우울하면서도 따뜻한 음악들이 있는데, 이 곡은 아련한 느낌이 강한 그런 회상곡이다. 우리는 보통 정신없는 낮보다 오로지 혼자 있는 시간인 밤에 나를 되돌아본다. 프롬은 이 곡에서 그 아련하면서도 씁쓸한 감정을 잘 캐치해내어 음악으로 표현했다.




다음 무대는 ‘서로의 조각’.


‘나의 의미는 너에게만 있어, 너의 의미는 나에게만 있어’


‘조각’의 의미는 무엇일까. 조각은 따로 있으면 조각이지만 조각이 모이면 하나의 무언가가 된다. 각각의 조각이었던 너와 내가 이 순간 합쳐져 하나의 우리가 된다. 입에 감기는 후렴구가 귀를 타고 마음으로 들어온다.




마지막 곡 ‘달의 뒷편으로 와요’ 는 어쩌면 내가 프롬을 생각할 때 달을 떠오르게끔 한 결정적 계기 수도 있다. 아련한 느낌보다는 희망차다. 나의 소원을 들어주던 달, 어릴 적 소원을 빌던 대상. 무조건적인 응원과 진심 어린 위로를 해주던 희망의 달이다. 어른이 된 지금, 기댈 곳 없고 숨을 곳 없는 나를 뒷편으로 숨겨주겠다는 ‘달’. 목요일 밤, 모든 일과를 마치고 창문 아래 달을 보며 이번 프롬의 무대를 지켜보는 건 어떨까.




P.S.

앵콜곡 ‘좋아해’는 설레는 마음이 순수하게 담겨 있다. 그 애의 모든 것이 좋다. 하지만 이건 결코 오바(?)하는게 아니다. 정말 그런 마음이고, 내 마음은 온통 그 애 천지다. 몽글몽글한 마음을 참아내지 못하고 속마음이 튀어나와 곡에 담긴 듯한 사랑의 노래다. 프롬은 이 앵콜곡으로 관객들에게 즐거운 밤, 설레는 밤을 선사했다.







허클베리 핀

공연 목록

1. 오로라(Aurora)

2. 누구인가

3. Darpe

4. 남해

5. 항해

6. 사랑하는 친구들아 안녕 나는 너희들이 모르는 사이에 잠시 지옥에 다녀왔어

7. 사막

8. 올랭피오의 별




데뷔 20년, 7년만에 귀환한 ‘허클베리 핀’의 음악은 흘려 듣는 음악이 아니라 경험하는 음악이었다. 마치 요즘 유행하는 VR처럼, AR처럼 이들의 음악은 눈 앞에 잡힐 듯, 오로라가 펼쳐지고 드넓은 지평선을 만들어낸다. 물론 하나의 그림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관객마다 상상하는 극지방의 오로라, 혹은 깊은 바다 등을 자유롭게 떠다닐 수 있게끔 그 폭을 넓게 잡았다.



‘오로라(Aurora)’와 ‘누구인가’ 가 무대의 시작으로 연이어 연주되었다. 단지 극지방의 오로라를 묘사한 게 아니다. 자기장에 이끌린 플라즈마가 공기와 반응하여 생긴 오로라처럼, 익숙한 음악의 틀을 내려놓고 음악적 전진을 위한 강한 노력이 이 같은 좋은 음악을 만들어냈다. 특히 이번 무대의 Intro 겪인 이 곡은 그야말로 무대라기보다 경험이라고 해야 어울린다. 마치 한 편의 영화가 시작되기 전 타이틀이 올라올 때의 느낌이다.

‘누구인가’가 연이어 연주된 이유는 명백하다. 대자연의 설명할 수 없는 신비스러운 장관을 보게 되면 누구라도 ‘나와 너는 누구인가’ 라는 본질적 질문이 떠오르지 않을까. 답이 있는 물음은 아니다. 정답은 없지만 누구라도 내 안에 품고 있어야 하는 질문 그 자체에 대한 곡이다.




다음 곡 'Darpe'는 익숙한 듯 낯선 느낌이다. 이 날 무대에서는 브라스 세션(색소폰, 트롬본, 트럼펫)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부분부분 크레센도로 존재감을 알리다 뒤로 갈수록 메인으로 자리를 잡는다. 자칫 우울해질 수 있는 분위기 속에서 곡을 좀 더 힘차게 만들어준다.




허클베리 핀은 이번 앨범[오로라피플(Aurora People)]에서는 넓고 깊은 풍경을 담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분명 기존 허클베리 핀의 음악과는 결이 다르다고 느꼈는데 그들의 ‘소리’에 대한 고민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남해’ 역시 그런 노력의 일환처럼 느껴졌는데, 이 곡에 대해 이들은 제주에서 보냈던 감정을 담고 싶다고 말했다. 흔히 불리는 밝은 분위기의 곡이 아니다. 제주의 깊은 바다에서 한 번 더 어두운 곳으로 들어간다. 이 같은 바다에서 트럼펫으로 표현되는 작은 빛줄기만이 바다를 비집고 들어온다. 곡을 듣고 있노라면 묘사하려고자 하는 풍경, 공간들이 소리로 느껴진다. 굳이 억지로 바다 위로 나오려 하지 않는 듯 한 곡의 분위기다.



다음 곡명은 ‘항해’. 그런데, ‘해(海)’이긴 하지만 이 곡의 행선지는 바다 위가 아니다. 허클베리 핀의 배는 보이는 감정이 아닌 보이지 않는 무엇을 찾으러 우주로 향한다. 사운드 자체가 우주를 형상화하고 있는 듯 한데, 특히 일렉 첼로가 이러한 사운드를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우주를 유영하는 듯한 느낌을 음악으로 받고 싶다면, 이 곡을 강력 추천한다.



다음 무대, ‘사랑하는 친구들아 안녕 나는 너희들이 모르는 사이에 잠시 지옥에 다녀왔어’는 충격적인 타이틀만큼이나 강렬한 드럼 비트로 시작이 된다. 심장을 쿵쾅쿵쾅 울린다. 새로운 곳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고 하는 이 곡은 음원보다 더 강렬했다. 트럼펫의 광기 어린 연주도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 순서 ‘사막’은 ‘기존 허클베리 핀의 곡은 이랬구나’ 라는 것을 알게 해준 무대였다. 타는 갈증을 담았다. 아니, 무언가를 향한 갈망이라고 해야 할까. 스트링(일렉첼로, 일렉바이올린) 의 찢어질듯한 고음이 강렬한 햇빛처럼 타버릴 듯 하다. 특히 이 곡에서는 보컬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풀 세션도 그 나름대로 쾌감을 선사하지만 ‘너 미쳤어’라고 반복해서 소리치는 부분은 관객의 심장을 후벼판다.




앵콜 곡 ‘올랭피오의 별’은 이번 앨범에 실린 곡은 아니지만 무언가 이번 앨범의 리스트와도 결을 함께 하는 느낌이다. 직접 들어봐야 알 수 있는데, 절제-폭발-절제로 돌아오는 흐름이 전혀 이질적이지 않고 짧은 서사를 한 편 들은 것만 같다. 이번 EBS Space 공감, 허클베리 핀의 무대에 잘 맞는 엔딩 곡, 앵콜 곡이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바다를 품고 돌아오다

허클베리 핀

‘데뷔 20년, 그리고 7년 만의 귀환’

하늘 높이 떠 있는 오로라처럼, 넓고 깊게 펼쳐진 바다처럼

높고도 넓은 이상을 담은 정규 6집 「오로라피플」로 돌아온 허클베리 핀.

세상의 감정을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깊숙이 품어낼 줄 아는,

깊고 푸른 바다를 닮은 그들의 음악에 빠져보자

그날의 별이 뜰 때

프롬

청춘이 휘발되는 속도에 방황하던 밤들.

“나의 청춘은

아무것도 모르면서,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줄은 까맣게 몰랐던,

어느 멍청한 밤에 날카롭게 깨문 캔디의 맛과도 같다”

매일 밤 뜨고 지는 별을 보며 느낀 정서를 담은 프롬의 새 앨범 「Midnight Candy」.

차디찬 밤바람 속 더욱 찬란하게 빛나는 그녀의 푸른 별을 따라가 보자

EBS Space 공감




공연일: 2019.01.10 목 저녁 8시

방송일: 2019.01.31 목 밤 11시 55분

글 : 차정호

사진: 김한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