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포터즈 이야기

[EBS 스페이스 공감] 계피X홍갑, 나의 작은 그림자에게 / 오늘, 보이는 것

  • 작성일 2019.05.29
  • 조회수 829

  [EBS 스페이스 공감]  

계피 X 홍갑,

나의 작은 그림자에게 / 오늘, 보이는 것

 

공연 일시 2019-05-09 오후 8

방송 일시 2019-05-30 오후 1155

: 이미쁨

사진 : 금강산

 

이들의 음악은 화려하거나 자극적이지 않다. 그래서 혹자는 밋밋하다, 또는 심심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들의 음악은 특별하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감정부터, 사적이고 특별한 자신의 생애까지. 이들은 음악으로 그 순간들을 진솔하게 담아내고 있다.


담담한 목소리로 진심을 전하는 싱어송라이터 홍갑과, 동요집 [빛과 바람의 유영]으로 돌아온 계피의 무대를 EBS 스페이스 공감 무대에서 만나보았다.


홍갑 / 오늘, 보이는 것

세션 : 서건호(기타), 안다영(건반), 민재현(베이스), 이기태(드럼)

 

많은 음악가가 홍갑을 찾고 원한다. 기타리스트 홍갑은 무대에서, 앨범의 크레디트에서 흔히 찾을 수 있다. 그만큼 흔히 볼 순 없지만 그래서 싱어송라이터 홍갑의 노래는 더 귀하게 들리기도 한다. 벌써 네 번째 정규 앨범. 넉 장의 앨범이 쌓일 동안 홍갑의 곡은, 노래는 더 깊어졌다. 거대한 세계 대신 홍갑이 경험하고 느낀 일상의 이야기가 노래 곳곳에 박혀있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언어를 가지고 ‘볕’처럼 따뜻하게 노래의 온기를 더한다. 노래 안엔 기타리스트 홍갑도, 싱어송라이터 홍갑도 아닌 그저 일상을 사는 사람 홍갑의 모습이 있다. 그걸 듣는 우리의 이야기도 있다. <스페이스 공감> 무대에는 기타리스트 홍갑의 모습도 있을 것이다. 싱어송라이터 홍갑의 모습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조용한 사람 홍갑의 모습도 있을 것이다. /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EBS 스페이스 공감 기획 위원)

 

1. 11시에 봅시다

2. 보이는 사람

3. 봄날의 봄

4. 하루

5. 마이 러브

6. 밤을 빌어 비를 맞네

7. 나는요

8. 볕이 드는 날


 



지난 3월 31일 네 번째 정규 앨범 [보이는 것들]로 돌아온 홍갑. 홍갑은 2016년 3집 이후, 2017년 11월에 발매한 [감기]부터 싱글 앨범 5개를 선보였다. 이번 [보이는 것들] 앨범에는 그 사이 쓴 곡들이 엮여 있다. 홍갑은 "1년간 쓴 곡들이 들어가기 때문에 사계절이 다 담겨있는 앨범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 목소리가 작지요?" 홍갑은 어딘가 수줍은 소년처럼 물었다. 여러 무대에 기타리스트로 서 봤고, EBS 스페이스 공감 무대에도 기타 세션으로 20번 정도, 연속으로 3주 온 적도 있는데 떨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연이 시작되자, 언제 긴장했냐는 듯 덤덤하게 자기 이야기를 노래로 풀어내기 시작했다. ​


첫 곡은 2016년 발매된 3집 [꿈의 편집]에 수록된 <11시에 봅시다>였다. 약속 앞두고 나가기 귀찮은, 누구나 공감할 법한 심리를 담았다. 전자 오르간 소리는 마치 요즘 같은 초 여름에 들을 수 있는 풀벌레 소리처럼 느껴진다.

 




평소 혼자 공연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날 공연에는 밴드 멤버들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밴드 '더 보울스'의 서건호가 기타를, '끝없는 잔향 속에서 우리는'의 안다영이 건반과 코러스를 맡았다. 베이시스트 민재현과 최근 트로트 앨범 '완충남'을 발매한 드러머 이기태까지 함께 합을 맞추었다.






이어진 곡은 이번 4집 앨범의 수록된 곡인 <보이는 사람>. 클래식 기타 두 대로 만드는 멜로디가 인상적이었다. 홍갑의 보컬은 모두가 인정할 만큼 가창력이 뛰어난 편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소년같이 어리숙한 목소리로 가사 하나하나 진솔하게 담아내는 그의 보컬은 어떤 가수보다 마음을 움직인다. "넌 내게 보이는 사람이었네"라는 반복되는 가사는, 넌 내게 어떻게 보이는 사람이었냐고 되묻고 싶게 만든다. ​


분위기를 바꿔 <봄날의 봄>에서는 신나는 밴드 사운드로 무대를 꾸몄다. 봄날은 자유와 꿈을 담은 단어가 아닐까. "나를 찾지 마세요. 나는 쉬고 싶어요"라는 가사에 공감이 갔다.

 



"원래 멘트를 안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해서요,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근데 제가 재미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노래 들려 드릴게요." 숫기가 없는 그 모습이 매력적이라 오히려 허허 웃게 만들었다. ​ 


이어진 곡은 2011년 발매된 1집 [홍갑 1]의 1번 트랙 <하루>. 홍갑은 1집 앨범을 내고는 곧바로 군 입대를 해서 활동을 못했고, 2집 앨범 [홍갑 2]는 통기타와 본인의 목소리로만 녹음해서 밴드 활동은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홍갑은 오늘 "EBS 스페이스 공감 무대에서 이렇게 밴드와 함께 연주할 수 있어 기쁘다"고 전했다.



"질투는 귀여워. 고양이도 아니면서...", 

"있다, 있다, 있다, 어딘가에. 내 사랑아." 

3집에 수록된 <마이 러브>는 귀여운 가사가 돋보인다. 홍갑의 일렉 기타 솔로 부분도 인상 깊다. ​ 


다음 곡은 새 앨범에 수록된 <밤을 빌어 비를 맞네>였다. 홍갑은 집에서 직접 피아노를 연주해 녹음했다고 소개했다. 대부분의 음원에서 건반 소리는 컴퓨터로 많이 녹음하는데, 즉각 즉각 수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홍갑은 "전 리얼 피아노로 직접 치다 보니까 이 곡을 녹음할 때 정말 많이 쳤어요. 거짓말 보태서 200번 정도요. 덕분에 피아노와 친숙하게 지냈던 기억이 납니다"라고 말했다. ​ 


"그동안 많이 사랑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좋은 모습으로 다시 돌아올게요. 

부디 건강하게 재밌는 일 많이 하시길 바래요." 

이어진 곡은 새 앨범 타이틀곡 <나는요>의 가사를 듣고 홍갑의 친구들은 홍갑에게 "은퇴하냐, 어디 가냐, 무슨 일 있냐"고 물었다고 한다. 보통 작별을 고할 때 쓰는 말들이기 때문일 게다. 그러나 홍갑은 "그 말 자체는 건강한 말이라 생각한다. 문장 그대로의 말이 좋아서 썼다"고 설명했다. 자전적인 가사와, 따뜻한 멜로디에 어딘가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노래였다.

 



마지막 곡은 이번 앨범에서 유일하게 다른 가수가 피처링에 참여한 <볕이 드는 날>이었다. 홍갑은 "왜 이 곡만 피처링했냐면 제가 만든 곡을 오지은 누나가 불러주면 이 곡을 제가 더 잘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아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앨범에는 피아노 반주로 실렸지만, EBS 스페이스 공감 무대에서는 기타 연주와 자신의 목소리만으로 소화해냈다. ​ 


홍갑은 오늘 무대를 함께 선 밴드 멤버 그대로 6월에 단독 공연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밴드 공연은 1년에 한 번뿐이라 흔치 않으니 많이들 보러 와달라며 말이다.

 


계피 / 나의 작은 그림자에게

세션 : 박성도(기타), 홍혜림(건반), 이혜지(첼로)

 

휘트니 휴스턴은 때로 더 보이스라 불렸다. 보이스 그 자체. 그렇다면 계피에 목소리라는 별칭을 붙여보는 건 어떨까. 물론 계피가 휘트니 휴스턴처럼 폭발적인 가창력을 뽐내는 가수는 아니다. 하지만 계피는 목소리 그 자체로 사람들의 맘을 뺏기도 하고 안정시키기도 했다. 수많은 이들이 오랜 시간 그의 목소리, 그의 음색을 말해왔다. 목소리가 이제 동요를 부른다. 우리가 간과하고, 과소평가하고 있지만, 동요가 갖고 있는 정서와 선율의 힘은 생각보다 훨씬 세다. 여기에 계피의 목소리가 더해지며 노래가 가진 정서의 깊이는 더욱더 깊어졌다. 동요는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다. 이 다양한 감정이 우리가 사랑해온 목소리로 새롭게 불린다. 이 목소리와 감정이 <스페이스 공감> 무대에 흐른다.

/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EBS 스페이스 공감 기획 위원)

 

1. 노을

2. 오빠생각

3. 개똥벌레

4. 옹달샘

5. 과수원길

6. 반달

7. 섬집아기

8. 엄마야 누나야

9. 2019

+ (Encore) 꽃밭에서

 




공연 전 무대에 오른 계피는 녹화 당시 흥행 열풍을 일으킨 영화 '어벤져스: 엔드 게임' 이야기를 꺼냈다. 영화를 기대하며 상영관에 들어서는 관객들 모습을 보며, 자신의 공연을 보러 오는 사람들도 그런 마음이었으면 좋겠다 싶었다고 말이다. ​


계피는 "오늘 동요 공연, 다들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추억에 빠지셨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말로 지난 기억에 대한 문을 열었다.


 

계피의 맑은 목소리와 함께 동심에 빠져들게 된 첫 곡은 1984년에 만들어진 <노을>이었다. 웅장한 첼로 소리와 함께 편곡된 <노을>은 어린 시절 듣던 동요 그 자체라기보다는, 느지막이 그 시절을 아련하게 돌아보는 느낌이었다. ​ 


두 번째 곡은 <오빠 생각>이었다. 계피는 "이 곡은 1925년, 일제 강점기 당시 만들어졌다"고 설명하며 "노래 속 서울에 간 오빠가 돌아오지 못한 이유는 단순한 이유가 아니라 심각한 사정이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어릴 때 캠프파이어를 할 때 가장 많이 부르던 곡 <개똥벌레>에 대해 계피는 이렇게 말했다. 

"이 곡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 게 처음 이 곡을 낸 신형원 씨는 이 곡을 밝은 분위기로 불렀잖아요. 알고 보면 되게 슬픈 노래인데 말이에요. 덤덤하게, 아무렇지 않게 부를 게 아니라면 아예 말하지 않았을 것처럼." 

마음을 다 주어도 친구가 없는, 사랑하고 싶지만 마음뿐인 개똥벌레. 마냥 쉬운 가사만은 아니었다. ​ 


이어진 곡은 계피가 이번 앨범에서 가장 밝은 곡이라고 소개한 <옹달샘>이었다. 옹달샘에 흐르는 물처럼 맑은 소리 같은 피아노, 기타 소리가 인상적이었다. 앨범에 녹음된 버전과 마찬가지로 이날 EBS 스페이스 공감 공연에도 편곡에 참여한 홍혜림이 코러스를 맡았다. 산속을 울리는 청아한 메아리 같았다. ​ 


다음 곡은 캐스터네츠, 트라이앵글, 멜로디언 소리가 어우러진 <과수원>. 이 곡을 처음 들었던 초등학교 교실로 돌아간 듯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선생님이 오르간으로 연주해주시던 그때처럼 말이다. 10대에는 시간이 시속 10km, 20대에는 시속 20km, 30대에는 시속 30km... 점점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는 말이 있다. 어린 시절은 모든 경험이 새롭다. 매일매일이 새로운 경험으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일까. 어린 시절 몇 년의 기억은 생애 전반에 영향을 준다. 계피의 음악은 그 곡을 처음 들었던, 그 생생한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가는 듯한 기분이 들게 했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반달>은 1920년대 작곡된 창작 동요의 효시다. 계피는 80대인 할머니, 엄마, 그리고 계피 본인도 알고 있는 곡은 많지 않을 텐데 이렇게 한 음악으로 이어져 있다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 


<섬집아기>를 포털에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는 '섬집아기 괴담'이 나온다. 계피는 "<섬집아기>는 작사가가 1950년 부산으로 피난 가서 지은 곡"이라며 "생존을 위해 아기를 두고 홀로 굴 따러 가야 했던 엄마의 당시 상황을 모르고 괴담으로 알려져 있다는 게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진 곡 <엄마야 누나야> 속 실로폰 소리는 마치 한낮의 꿈처럼 아련한 느낌을 자아냈다. ​ 


계피는 이날 공연에 대해 "곡 소개를 계속하다 보니 옛날 곡이 많아서 역사 시간처럼 돼버렸다"고 웃으며 얘기했다. ​ 


동요는 아니지만, 희망적인 노랫말을 담은 곡이자, 이번 [빛과 바람의 유영]의 타이틀인 <2019> 무대가 이어졌다.





이번 동요집을 내게 된 계기에 대해 계피는 "서른 후반을 향해 가고 있는데 최근 몇 년간 나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나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애상적인 것들을 떠올려보며 앨범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그런데 계피는 이번 앨범을 내고 큰 위로가 되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미 일어난 일이 지나간 일이 되진 않았지만 동요집을 통해 "오히려 더 단단해지고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불렸던 동요들이지만, 계피에게 있어 이 동요집은 지극히 사적인 앨범인 것이다. ​ 


앵콜 곡은 아버지에 대한 마음을 담은 <꽃밭에서>였다. 앵콜곡을 부르다 아버지 생각이 났었는지 계피는 잠시 주춤했다. 아마 울컥함을 감추려 애를 쓰는 것 같았는데 그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계피의 음악은 그 자체로 투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듣는 관객의 어떤 기억과 그 순간의 감정에 따라 음악이 슬프게도, 밝게도, 묵직하게도, 맑게도 들리는 것만 같다. ​ ​ ​ ​ 




일상적인 언어와 흔한 동요. 그러나 절대 흔치 않은 음악으로 가슴을 울리는 홍갑과 계피의 무대, 5월 30일 목요일 밤 11시 55분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