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포터즈 이야기

감성리뷰 <브로콜리너마저 X 나인> 서툰 삶의 고백 & 그 어깨에 기대어

  • 작성일 2019.07.03
  • 조회수 562

브로콜리너마저 ‘서툰 삶의 고백’

X

나인 ‘그 어깨에 기대어’



공연일: 2019.06.13 목요일 저녁 8시

방송일: 2019.07.04 목요일 밤 11시 55분

글: 글쓰는 차감성(@Cha_gamsung_)

사진: 이수정


나인

공연목록

1. San Francisco

2. 연인들

3. 내가 잠에 들면 깨우지 마세요

4. 그녀, 둘 (feat. 한희정)

5. Englishman In New York (원곡: Sting)

6. 이별꿈

7. 노래들

8. [앵콜] 그대를 향한 멜로디

그 어깨에 기대어

어디론가 강렬히 떠나고 싶은 마음을 담은 ‘San Francisco’,

이별 또한 영원하지 않을 거라는 ‘이별꿈’,

누군가의 온기가 절실한 순간에 떠오른 노래 ‘집으로 걷는다’,

나약하고 지루한 삶을 멈추고 싶다고 말하는 ‘Kiss’,

슬픔과 아픔을 간직한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 ‘그녀,둘’...

삶의 그림자에 대한 농도 짙은 이야기, ‘나인’의 솔로 앨범 「오늘밤 나를 위로해」

지금, 지친 당신의 어깨에 깊은 위로의 목소리가 내린다


나인의 첫 번째 곡, ‘San Francisco’는 독백과 같다. 아니, 한편으로는 객석에 있는 나에게 건네는 목소리 같기도 하다. 이러한 느낌이 혼재된 것은 아마도 짙은 외로움이 목소리에 묻어나서 였을까? 어쿠스틱 기타의 반주 위에서 자신의 외로움을 노래하는 나인의 모습이, 무대 초반 객석을 사로 잡는다. 첫 곡에서 압도되는 분위기다. 특히나 곡 후반부, ‘San Francisco’로 읊조리는 나인의 나레이션은 곡에 짙은 회색깔을 덧칠한다.


두 번째 곡, ‘연인들’은 나인의 7년 전 솔로곡이었다는 설명과 함께 시작되었다. 곡이 시작되자 이번에는 이전 곡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관객들을 단번에 곡에 몰입시킨다. 참, 나인은 마성의 보컬을 가졌구나. 이 곡에서 여러 소리들은 툭툭 끊어지기보다는 보컬과 함께 하나의 음악 안에서 물 흐르듯 흐름을 탄다. 관객은 힘들이지 않고 그저 그 위에 몸을 누이면 될 뿐이다.


다음 곡 ‘내가 잠에 들면’은 공연 당일에는 아직 발표되지 않은 곡으로, 공연장을 찾아준 Space공감의 관객들을 위한 선물이라고 이야기했다. 혹시 이 리뷰를 읽는 독자들 중에 고민이 너무 깊어 잠을 설치는 독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무대는 그런 사람들에게 추천할 수 있지 않을까. 자장가 같은 곡으로 기타를 중심으로 한 3박자의 몽글몽글한 리듬을 가지고 있다. 또 나인의 보컬은 마치 동화를 읽어주듯 곡을 풀어나간다. 필자는 공연 당일, 리뷰를 쓰다가 이 순서에 잠시 펜을 내려놓고 감상할 수 밖에 없었다. 나도 고민이 많았을까. 고민을 꺼내놓지 않았는데 마치 나인은 다 알고 있는 듯 고민 그 자체에 공감하고 위로의 말을 건네는 듯하다. 걱정이 들 때,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할 때, 따뜻한 차와 함께 이 곡을 듣고 잠을 청해보면 어떨까.


네 번째 순서 ‘그녀, 둘’은 특별한 무대로 이루어졌다. 이 곡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한희정이 직접 Space공감 무대를 찾았다. 진심 반 장난 반, 달달 떠는 한희정의 모습이 새삼 귀엽게 느껴졌다. 나인은 그런 한희정을 마치 언니처럼 케어(?)했지만, 알고 보니 나인이 더 동생이라고… 곡이 시작되기 전이지만 벌써부터 둘의 케미가 느껴진다. 곡이 시작되자, 한희정과 나인의 장난기는 사라지고 감정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희정의 고음과 나인의 저음, 두 보컬의 조화가 돋보인다. 곡에 한 음 한 음 그 감정을 담아 부르는 모습이 관객들로 하여금 그 감정에 공감하게 만든다. 특히 ‘그녀, 둘’이 마주보고 노래하며 감정을 나누는 모습이 인상깊었는데 이는 Space공감이 아니었으면 느낄 수 없는 감정이었을 것이다.


한희정이 내려가고, 나인은 이번에는 분위기 전환을 위해 다음 무대를 신나는 커버곡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스팅 원곡의 ‘Englishman In New York’ 이었다. 관객들의 환호와 함께 간드러지는 일렉 기타, 베이스, 드럼, 피아노가 뉴욕의 휘황찬란한 야경을 그려낸다. 이어지는 나인의 파워풀한 보컬. 진중하고 짙은 여운을 남기는 나인의 보컬에 익숙해져 있다면 이번 곡에서는 신나고 화려한 또 다른 보컬에 빠져보면 어떨까. 마치 뉴욕의 스카이 라인이 보이는 펍 라운지에서 한 잔(?) 하며 들어야 할 것 같다.


여섯 번째 순서는 ‘이별꿈’. 이 곡은 이번 앨범 ‘오늘밤 나를 위로해’의 타이틀이다. 나인의 설명을 듣지 않더라도 곡은 단순한 이별을 넘어선 ‘죽음’에 관한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죽음이라는 이미지는 어두운 면이 많지만 나인은 이 곡에서만큼은 죽음, 끝의 진정한 의미에 집중하고 있다. 물론 죽음, 혹은 모든 ‘끝’은 슬플 수 밖에 없지만 그 존재를 더욱 소중하게 한다. 존재의 부재를 통해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끝’은 끝을 통해서만 알게 된다는 것 아닐까. 나인은 어쩌면 ‘끝’을 통해 존재의 소중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가사와 멜로디가 죽음의 빛나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아 듣는 이의 마음을 더욱 아리게, 그리고 더욱 뭉클하게 만든다.


마지막 곡은 ‘노래들’로 나인의 재미난 사연을 담고 있는 곡이었다. 나인은 우울할 때마다 잠을 자거나 노래들을 들었다고 했는데 이 곡은 자신의 우울함을 달랬던 선배들의 곡에 감사를 표하며 헌정하는 느낌의 곡이라고 이야기했다. 이 무대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만일 독자들께서 이번 Space 공감 무대를 보지 못했다면 반드시 방송을 통해서 보셔야 하는 순서라 생각했다. 관객 한 명 한 명과 소통하는 나인을 볼 수 있었고, 우울함을 노래로 달랬던 어린 날의 나인의 모습을 보고, 듣고, 공감할 수 있었다. 노래를 들으며 위로 받았던 나인, 이제는 아픔을 담은 누군가를 위로하는 가수가 되었다. 필자 역시 이 무대를 통해 기분 좋은 위로를 받는다.


이대로 나인이 무대를 내려가는 것을 볼 수만은 없었다. 필자뿐만 아니라 관객 모두 나인을 향해 앵콜을 외쳤다. 나인 역시 뜨거운 앵콜에 바로 화답했는데 마지막 앵콜 곡은 ‘그대를 향한 멜로디’라는 곡이었다. 이 곡은 특히나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미리 합의(?)한 것이 아니었는데도 자연스럽게 터져 나오는 관객들의 환호를 들을 수 있었다. 아마 이 날 무대가 스탠딩으로 이루어졌다면 모두가 춤을 추지 않았을까. 또 무대 이곳 저곳을 누비며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을 보며 소통, 공감하는 ‘나인’을 보니 팬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지친 삶의 단비 같은 무대, 위로의 음악, 나인이었다.


브로콜리 너마저

공연목록

1. 앵콜요청금지

2.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3. 속물들

4. 괜찮지 않은 일

5. 혼자 살아요

6. 가능성

7. 행복

8. 잊어야 할 일은 잊어요

9. [앵콜] 보편적인 노래

서툰 삶의 고백

2007년 첫 EP「앵콜요청금지」를 시작으로, 지난 12년간 ‘청춘’을 노래해 온

‘브로콜리너마저’의 정규 3집「속물들」

9년 만에 탄생한 신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음악을 모색하는 것과는 궤를 달리하고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내는 본인들만의 아이덴티티를 더욱 공고히 했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부끄러움을 고백하며 더 이상 그렇게 살지 않겠다는 선언,

그리고 여전한 성장의 기록을 함께 만나보자!


“안 돼요”에 담긴 수 많은 의미를, 우리는 알았을까. 9년 만에 돌아온 ‘브로콜리 너마저’의 첫번째 Space 공감 무대 곡은 ‘앵콜요청금지’. 기타의 첫 멜로디만 들어도 설레는 노래다. 밴드의 모든 파트는 단순하지만, 자신의 색깔을 잃지 않고 담담하게 소리를 낸다. 독특하다 못해 호기심까지 불러일으키는 곡명 때문에 무심코 들었다 10년차 팬이 된 사람들은 이번 앨범, 이번 무대를 얼마나 기다렸을까. 익숙한 첫 곡, ‘앵콜요청금지’를 듣는 관객들의 표정에서 그 기대를 읽을 수 있었다.


다음 곡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는 개인적으로 브로콜리 너마저가 2집을 낸 지 9년이나 지난 이번 3집에서도 화려한 복귀의 팡파레를 울리기보단 브로콜리 너마저만의 음악을 하겠다는 선언과 같은 곡처럼 느껴졌다. 편안한 보컬에 편안한 밴드 사운드지만 그 가사를 잠자코 들어본다면 그 깊이와 솔직함에 놀라게 된다.


세 번째 순서 ‘속물들’은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으로 신나는 사운드에 어딘가 모르게 씁쓸한 가사가 인상적인 곡이었다. “그래 우리는 속물들”이라고 이야기하는 브로콜리 너마저. 그들의 말처럼 부족함을 인정하고 부끄러움을 고백하는 가사였다. 하지만 절로 몸이 들썩이는 멜로디에 이런 가사들을 올려 두었다는 것은 그런 부족함과 부끄러움으로 끝내지 말고 극복하고 나아가자 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모두의 이야기를 모두와 함께 하는 브로콜리 너마저였다.


다음 곡인 ‘괜찮지 않은 일’에서 브로콜리 너마저는 관객과 함께 무대를 만들었다. 후렴구를 관객들과 불렀는데 무언가 가족이 된 듯한 편안한 분위기였다. 일렉 기타의 사운드는 거부감이 드는 강렬함이 아니라 마음을 툭툭 치는 소리였고 덕원의 포근한 보컬에 흐르는 가사는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거짓말으로 괜찮다고 말을 하고 돌아서서 울었던 어렸던 날들, 이제는 누구도 상처 주지 못할 사람이 되겠네” 라고 후렴구를 따라 부르다 보면 가슴 속 응어리가 풀리는 느낌을 받는다. 왜 이 공간이 Space 공감 인지 알 수 있는 순서였다.


‘혼자 살아요’ 는 새롭지만 편하고, 가볍지만 진지한 브로콜리 너마저의 색깔을 그대로 담은 곡이었다. 이번 앨범에서는 특히나 함께 부를 수 있는 곡들이 많았는데, 첫째로는 곡이 쉽고 편안하며 둘째는 공감되는 가사들이 있기 때문 아닐까. ‘혼자 살아요’는 얼핏 들으면 이기적인 사람의 말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무대를 보고, 집에 돌아오며 여러 번 들었을 때는 그 혼자가 자신의 색깔을 잃지 말자 라는 친구의 조언처럼 들리게 된다. 역시, 브로콜리 너마저의 곡들은 편한 멜로디에 속지 말고(?) 여러 번 듣고 여러 번 곱씹어야 하는구나.


일렉의 파워풀한 솔로로 시작되는 ‘가능성’은 느린 박자 안에서 각 세션들의 소리를 깔끔하면서도 풍부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이었다. 브로콜리 너마저라는 하나의 팀 뿐만 아니라 각 멤버들, 일렉 기타, 베이스, 드럼, 건반의 조화롭고도 개성 넘치는 연주를 듣고 싶다면 이 무대를 추천한다. 느린 박자 안이지만 각 세션들이 감정을 점차 끌어올리는 구성도 마음에 들었는데, 휘몰아치고 잔잔하게 마무리하는 구성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행복’은 “짧지만 여운이 있는 곡”이라고 덕원은 설명했다. ‘지난 일들을 기억하나요. 애틋하기까지 한가요. 나는 잘 잊어 버리거든요. 행복해지려구요.’ 지난 일이라도 남아 있다면, 그건 지났다라고 할 수 있을까? 아픈 기억은 아픈대로 남겨두고 잊자라고 브로콜리 너마저는 말을 건넨다. 담담하고 담백한 분위기의 이번 무대는 많은 것을 덜어내고 ‘기억’과 ‘행복’의 본질에 집중한 듯 했다.


이어지는 ‘잊어야 할 일은 잊어요’는 이전 곡인 ‘행복’과 이어지는 곡이었다. 잔잔한 피아노 연주로 시작된다. 잠에 들지 못하는 밤에 들어보면 어떨까. 잊지 못하는 감정에 사무쳐 지금을 힘들게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만한 곡이다. 덕원의 보컬은 가족과 같은, 혹은 친구가 건네는 위로, 충고 같다. 곡을 들었다기보다 속 깊은, 아주 친한 친구 한 명과 이야기를 나눈 것 같은 무대. 피아노와 보컬, 코러스만 남은 곡의 후반부는 마치 잊어야 할 기억을 잊기 직전의 아름다우면서도 애틋한 느낌을 준다. 깊고 잔잔한 여운을 남긴 ‘잊어야 할 일은 잊어요’ 였다.


‘앵콜요청금지’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날 Space 공감의 관객들은 열렬한 앵콜로 브로콜리 너마저를 붙잡았다. 브로콜리 너마저는 오래동안 상의한 후 관객들에게 “앵콜곡으로 무엇을 할까요” 라고 물었다. 그러자 한 팬이 ‘보편적인 노래’를 큰 소리로 외쳤고 이 날 무대의 마지막 앵콜곡으로 ‘보편적인 노래’가 시작됐다. 개인적으로 ‘앵콜요청금지’로 브로콜리 너마저를 알았고 ‘보편적인 노래’로 브로콜리 너마저의 팬이 되었던지라 참으로 반가웠다. 참으로 묵직한 감동을 주는 곡이다. ‘보편적’이지만 들을 때마다 다른, 특별한 감정으로 들리는 신기한 곡. 기본적인 밴드 구성이지만 모든 악기 파트가 꽉 찬 것처럼 웅장한 사운드는 무한 감동을 안겨 준다. 예상치 못한 앵콜이었지만 가장 브로콜리 너마저 답게 무대를 마무리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보편적이지만 특별했던 이 날의 무대, 이 날의 음악, 이 날의 공감이었다.


공연일: 2019.06.13 목요일 저녁 8시

방송일: 2019.07.04 목요일 밤 11시 55분

글: 글쓰는 차감성(@Cha_gamsung_)

사진: 이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