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포터즈 이야기

[EBS 스페이스 공감]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사라져가는 것들을 위한 찬가'

  • 작성일 2019.08.21
  • 조회수 507

EBS 스페이스 공감 서포터즈

글 : 김지철

사진 : 표상수

사라져가는 것들을 위한 찬가

공연일 : 2019년 8월 1일 (목)

저녁 8시

방송일 : 2019년 8월 23일 (금)

밤 11시 35분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사라져가는 것들을 위한 찬가'

서대문구 모래내에 있는 ‘쌍쌍메들리’에서 파티가 열렸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구남)의 4집 「모래내판타지」 발매 기념 파티가. 화려한 조명과 미러볼 아래서 구남의 음악이 울려 퍼졌다. 참으로 구남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이벤트다. 여전히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란 이름 뜻을 정확히 모른 채로 이들의 음악을 듣는다. 나른하고 몽환적이고 어떤 부분은 고급스럽고 어떤 건 쌈마이 같다. 그냥 이 모든 걸 퉁쳐 구남 스타일이라 부른다. 넉 장의 앨범을 만드는 동안 구남은 자신들만의 스타일을 확고히 가졌다. 이는 누구도 쉽게 얻을 수 없는 분명한 음악적 성취다. 지난 앨범 「썬파워」가 제목처럼 밝고 선명하고 경쾌했다면 「모래내판타지」에는 쓸쓸한 환상만이 가득해 보인다. 그 쓸쓸함 속에서 구남만의 기묘한 그루브는 여전히 살아 숨 쉰다. 나른하고 몽환적이고 어떤 부분은 고급스럽고 어떤 건 쌈마이 같은 이들의 음악이 ‘쌍쌍메들리’를 거쳐 <스페이스 공감> 무대에서도 울려 퍼진다.

-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EBS 스페이스 공감 기획위원)

1. 물불

2. 망한나라

3. 우리는 끝없이 흐른다

4. 나띵 컴페어 투유

5. 지워진 자국

6. 무지개

7. 여름밤

8. 재개발

9. 건강하고 긴 삶

10. 샤도우 댄스

11. 베사메무초

조웅 (보컬/기타), 이기학 (베이스), 박상권 (기타), 김형균 (드럼), 이설아 (건반)



아, 이렇게 더울 수가. 밥을 먹어도 덥고 가만히 눈만 뜨고 있어도 덥다. 몸도 마음도 지쳐간다. 선풍기, 에어컨 말고 속을 시원하게 뻥 뚫어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이렇게 더운 날, 음악이 당신을 시원하게 만들어줄 수 있지 않을까. 찌릿찌릿한 싸이키델릭 사운드로 당신의 더위를 조금이나마 날려줄 밴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가 스페이스 공감을 찾았다.


구남은 4집 앨범 [모래내판타지]의 첫번째 트랙 '물불' 로 공연을 시작했다. 단순한 멜로디와 가사가 반복되지만 전혀 지루함 없이 흘러간다. 구남이 가진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다.


사람들은 각자의 욕심 때문에 스스로를 가두고, 우리가 겪는 상실감과 불행의 대부분은 우리가 끊임없이 열망하는 욕구와 욕망 때문에 생겨난다. 누군가에게 조금 더 큰 사랑을 바랄 때, 내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바라면서 낑낑거릴때 우리는 무언가에 넘을 수 없는 벽에 부딪히치게 되고, 그때부터 스스로를 잔인하게 억누르며 불행의 구렁텅이로 들어가버린다.


그렇다면, 결국 우리가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조금씩 내려놓고, 우리 앞에 있는 커다란 벽을 받아들이는 것 뿐이다.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것.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울까, 하나를 가지면 두개가 보이고, 두개를 가지면 세개가 보이는 법. 구남은 우리의 욕심을 물과 불 속에 던져버리자고 노래한다.


우리가 살고있는 현실에서 모든 것을 던져버리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겠지만, 우리가 가진 욕심과 욕망 중 하나만이라도 마음 속 흐르는 물과 불에 던져보자. 지쳐힘들어하는 당신의 마음이 조금은 괜찮아지지 않을까. 물과 불속에 던져버리고 행복해지자.




구남의 이번 앨범 타이틀곡은 '망한나라'다. 구남의 리더 조웅은 여러 인터뷰를 통해 '망한나라'는 4년 전 팀이 깨지고 난 후에 만든 노래라고 언급했다. 밴드음악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데도 묵묵하게 음악을 함께해온 팀이 깨졌을 때의 조웅의 마음이 얼마나 허무하고 아팠을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

내가 속해있던 사회,집단,나라가 무너질때 나는 어떤 기분일까. 이제 모두 무너져버렸으니 억울하고 답답해서 화가 나도 말을 할 사람이 없으니 더 화가나고 매일 매일 화가 날거다. 망한나라의 가사는 절망적이고, 멜로디와 리듬은 적당히 우울하고 느리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음침한 코러스 때문인지 더 씁쓸하게 들린다.

'망한나라'에 이어 연주한 '우리는 끝없이 흐른다' 에서는 건조한 기타사운드와 조웅의 묵묵한 목소리가 곡을 끌고 나간다. 기승전결이 확실하게 느껴지기보다는 잔잔하고 자연스럽게 흘러나간다. 그래서 그런지 듣고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우리는 끝없이 어딘가로 흘러가고 있다. '아 이제 어쩌지 정말 망해버렸군' 생각이 들어도 어느 순간 우리는 또 꾸역꾸역 삶을 이어나가고 깔깔거리고 있지 않은가. 좋은 것, 나쁜 것들 모두 흘러가고 또 새로운 것들이 흘러내려오는 법. 왜인지 모르게 이 음악을 통해 위로를 얻는 기분이다. '다 잘 될 거야! 쓰러지면 툭툭 털고 일어나서 다시 힘내자!' 같은 상투적이고 힘 안 나는 말들 보다. '그래 뭐 결국 다 흘러갈거야' 라는 말이 조금 더 와닿는다. 어쨌든 우리는 흘러가고 있으니 너무 절망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나띵컴페어투유'는 구남의 새앨범에 수록된 유일한 사랑노래다. 비 오는 소리가 편안하게 들리는 어느 한가로운 낮에. 사랑하는 사람의 살 냄새를 맡으며 누워 따뜻한 차를 한잔하고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며 깔깔거리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세상 아무것도 너와 견줄 수 없을 만큼 너가 좋아!' 라는 뻔한 고백이 아니라 '너와 함께 빗소리를 들으며 따뜻한 차를 마시니 너무 행복해서 너와 더 오래 함께하기 위해 약속을 미룰만큼 너가 좋아!' 라고 이야기하는 게 더 사랑스럽게 와 닿는다.




구남의 이번 새 앨범에서는 흘러가는 것과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내용들이 유독 많다. 그래서 그런지 흐느적흐느적 춤을 추면서도 어딘가 씁쓸하게 시려온다. 달콤쌉싸름하다는 말이 떠오른다. 멜로디와 그루브는 달콤하지만, 가사를 들여다보면 씁쓸함이 밀려온다. 슬픈이야기를 하며 엉엉 우는 것 보다 억지로 웃는 것이 더 슬프게 느껴질때가 자주 있는데, 이번 구남앨범이 그렇다.

'나띵컴페어투유'에 이어 연주한 '지워진 자국'은 헤어진 사람에 대한 노래고, '무지개'는 이별에 대한 노래다.

'무지개'에서는 서로에게 지쳐 헤어지는 연인들을 노래한다. 특히 씁쓸하고 슬프다. 사랑은 언제나 쉽고도 어렵다. 내가 좋아하는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랑은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상대방과 같은 마음으로 공감하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평생을 다르게 살아온 두 사람이 만나 그려가는 미래가 언제나 아름다울 수는 없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사랑하니 헤어진다는 말을 믿는 편이다. 사랑은 증거도, 실체도 없다. 오직 마음과 마음이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꺼내서 보여줄 수도 없다. 보이지 않는 사랑의 힘만으로 극복해내지 못 하는 것들이 분명 존재한다. 극복하지 못하는 것들조차 담담히 받아들이고 사랑한다면 정말 단단한 사랑이 되겠지만, 극복해내지 못하는 것들을 서로 인정하지 못한 채 나는 맞는데 네가 틀리다며 서로를 바꾸기 위해 시간을 허비하고 상처를 준다면 각자의 길을 걸어가는 편이 더 낫다. 그렇게 힘든 줄다리기를 끝내고 나면 이 세상이 모두 무너진 듯 가슴이 아프고 허무할 수도 있겠지만, 그 동안 보지 못했던 무지개를 발견할 수도 있다.

사랑에 힘들어하는 당신, 무지개를 찾을 수 있기를!




여름밤을 노래하는 음악의 대부분은 어쿠스틱 기타로 귀에 익숙한 멜로디를 연주하며 저 하늘의 별은 너의 무엇이다~ 하는 간지럽고 뻔한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구남이 노래하는 '여름밤'은 조금 다르다. 지직거리는 사이키델릭사운드으로 시작해 부드럽게 이어진다. 여기에 담백한 가사로 여름밤의 평화로움과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징징거리는 전자음이 여름밤과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신기하게 어울린다. 눈을 감고 구남이 그려내는 노이즈 잔뜩 섞인 '여름밤'을 상상해보자.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여름밤, 파도소리 들으며 해변에 누워 달빛을 마주보자. 아마 엄청나게 좋을 거다.

구남은 이어서 '재개발'을 연주했다. 요즘 우리 사회 여기저기도 모두 재개발 이야기 뿐이다. 모든 것들을 뒤엎어 새롭게 만들 생각인건지, 예전부터 존재하던 아름다운 것들이 힘 없이 사라지고 있다.

필자가 초등학생이던 시절, 벌개진 얼굴로 매일같이 들락날락거리던 조미료 냄새 물씬 풍기던 떡볶이 집은 얼마전 재개발 사업으로 사라져버렸다. 필자의 부모님이 젊은 시절 처음 만났던 다방 '아마데우스'가 있던 건물은 흔적도 없이 허물어졌고, 그 자리에는 한눈에 보기 어려울만큼 높은 고층 건물이 들어섰다. 추억을 고스란히 담고있던 오래된것들은 이제 더 이상 환영받지 못한다. 구남은 이런 현실에 대한 분노를 노래한다.

오래된 것들이 무차별적으로 사라지고 있다. 우리는 처음부터 통유리가 번쩍거리는 고층빌딩에 살지 않았다. 우리는 빨간벽돌로 지어진 주택에 살며 을지로 허름한 노포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살아왔다. 빨간벽돌의 주택과 낡은 을지로는 우리가 지나온 추억이고, 그 추억들은 결국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기반이 된다. 그럴싸한 재개발 계획으로 모든 것을 허물고 번쩍번쩍 빛나게 다시 만들어내는 것만이 옳은 방법일까.

구남은 사라져가는 것들을 위한 찬가를 부르는 동시에 진짜가 뭔지 모르는 바보들에게 건드리지 말라고 소리를 친다.

바보들아! 그만 좀 내버려둬!




공연이 막바지로 흘러갈때 쯤 관객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나서 춤을 추지 않고서는 버티기 힘들었을 거다. 구남은 2집 [우정모텔]에 수록되어 있는 '건강하고 긴 삶' 과 '샤도우 댄스' 를 연주했다. 에어컨 덕분에 시원했던 스페이스 공감 스튜디오가 금방 더워졌지만 구남의 연주 덕분에 여전히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엉덩이도 흔들고 머리도 흔들고 어깨도 흔들었더니 두 곡이 정신없이 지나갔고 관객들은 조웅이 기타도 내려놓기 전에 앵콜을 외쳤다. 다시 등장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는 '베사메무초'를 연주하며 공연을 마무리했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이번 앨범은 예전보다 무겁고 진지한 이야기가 많지만, 구남이 지금까지 우리에게 보여줬던 경쾌한 그루브는 여전히 꿈틀거리고 있다. 매주 목요일 밤에 만날 수 있었던 스페이스 공감의 방송시간이 금요일 밤 11시 35분으로 변경됐다. 더운 여름, 신나는 주말을 앞둔 금요일! 시원한 선풍기 앞에서 꿈틀거리는 그루브에 몸을 맡기고 신나게 흔들어보자.

EBS 스페이스 공감 서포터즈

글 : 김지철

사진 : 표상수

사라져가는 것들을 위한 찬가

공연일 : 2019년 8월 1일 (목)

저녁 8시

방송일 : 2019년 8월 23일 (금)

밤 11시 35분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사라져가는 것들을 위한 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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