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시성에 가면 흉노족과 한족의 팽팽한 대치 현장을 목격할 수 있다. 흉노족의 도읍지를 놀이터 삼아 뛰어놀았다는 터줏대감 할아버지를 만나 대하국의 유적지, 퉁완청(统万城)의 생생한 역사의 현장을 함께하고, 흉노족을 감시하던 한족의 전망대, 전베이타이(镇北台)로 향한다. 만리장성 3대 장성대로 꼽히는 전베이타이에서 베이징까지 이어지는 6400km길이의 만리장성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낸다. 가장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어 ‘장성의 꽃’이라 불리는 무톈위창청(慕田峪長城)에 올라 오랜 왕조들의 자존심을 엿본다.
북방의 전통 가옥 사합원이 고스란히 보존돼있는 전통마을, 촨디샤(爨底下)는 이색적인 풍경 덕에 그림 그리기 장소로 인기 만점이다. 명나라 영락제가 남경에서 북경으로 천도한 후, 실크로드로 가기 위한 첫 번째 주막 마을이었다. 숙박업으로 먹고사는 마을 안에서 민박집 아주머니의 훌륭한 음식 솜씨를 맛보고, 마치 영화세트장 같은 마을 구경에 나선다. 시내와는 동떨어져 있어 만물 트럭이 들어오면 순식간에 간이 장터가 펼쳐져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난완촌(南湾村)은 향긋한 꽃내음과 시각적으로 매료되는 형형색색의 꽃밭을 따라 도착한 곳은 정 많은 마을이다. 정 많은 난완촌 아주머니가 대접해준 향긋한 꽃차와 따뜻한 집밥으로 베이징 고촌락이 주는 정겨운 분위기에 취한다.
전라남도 남원의 지리산 자락에는 뚝배기같이 뭉근한 부부가 살고 있다. 19살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부부의 연을 맺은 올해 결혼 10년차, 김용락, 송희진 씨 부부이다. 산 중턱에 자리잡은 부부의 보금자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용락씨가 아이들을 위해 직접 만든 놀이터이다. 산촌살이에 심심함을 느낄 아이들을 위해 손수 만들었다는 이 놀이터는 아이들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을 물씬 느낄 수 있다. 이맘때 즈음이면 용락씨는 산속으로 가을 버섯과 약초를 캐러 다닌다. 심마니인 남편을 따라 아내 희진 씨도 함께 산행을 나섰다. 부부와 함께 나서보는 가을 지리산 데이트는 어떤 느낌일까? 그 날 저녁 밥상에는 아내 희진 씨가 솜씨를 발휘했다. 산에서 캐온 능이버섯과 직접 키운 닭을 넣고 한가득 끓여낸 능이백숙을 담아낸 커다란 뚝배기를 보고 부부는 새삼 서로를 돌아본다. 부부는 냄비처럼 쉽게 끓어오르기보단 뚝배기처럼 진득한 관계가 지속되길 바란다. 때론 티격태격하는 친구처럼, 때론 달달한 연인처럼, 유쾌하고도 따뜻한 지리산 산골 부부의 사랑 이야기를 들어본다.
경상북도 봉화의 송이버섯은 임금에게 진상할 정도로 귀한 식품이다. 그 귀한 버섯을 따기 위해 산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봉화는 우리나라에서도 오지로 손꼽히는 곳이라 산세 역시도 매우 험해 산행 준비물부터 심상치 않다. 산의 7부 능선 이상을 빠르게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각자의 이름, 혹은 별명이 박힌 지팡이는 필수, 가을 산에는 늘 독사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각반도 착용한다. 해발고도 800m 고지로 올라가는 거친 길은 시작부터 험난해 제작진은 채취꾼들을 채 따라가지도 못하고 거친 숨을 헐떡인다. 3시간가량 산을 오르니, 송이버섯들이 하나, 둘 채취꾼들의 눈에 띄기 시작한다. 올가을은 잦은 태풍으로 인해 유례없는 버섯 흉년이라 1등급 송이버섯은 몇 개 없고, 아쉬운 등외품들이 발견된다. 설상가상 독을 가득 품은 살모사까지 만난다. 늦은 시간까지 버섯을 찾아 헤맨 채취꾼들은 결국 비박까지 감행한다. 늦은 밤, 멧돼지가 텐트 근처까지 오는 아찔한 상황도 벌어졌지만, 동료들이 있어 외롭지 않은 하루가 저물고. 다음 날 새벽부터 산행을 나섰지만, 수확물은 아주 적은 상태이다. 하지만 산에서는 욕심을 내지 않는다는 채취꾼들은 아쉬운 마음을 안고 하산한다. 며칠 후, 능이가 많은 산으로 산행을 나선 이들. 과연 이들은 배낭 가득, 약성 식용버섯을 채취할 수 있을까?
약성 식용버섯과 약초의 천국, 강원도 정선의 높은 산인 해발고도 1000m가 넘는 이곳에서 채취꾼들은 표고버섯, 노루궁뎅이버섯 등 자연산 약성 식용버섯을 채취하기 위해 길을 나선다. 이날 처음 발견한 버섯이 맹독버섯일 정도로 가을 산에는 귀한 식용버섯만큼이나 먹으면 위험에 처하는 독버섯들도 가득하다. 거친 길로만 2시간 이상을 걸은 그때, 1등급 표고버섯이 발견된다. 30년 경력의 베테랑 채취꾼 이형설 씨는 첫 수확의 기쁨도 잠시, 예보돼있는 태풍 탓에 하늘엔 먹구름이 몰려와 서둘러 산에서 내려온다. 비가 그친 후, 올가을 마지막 버섯 산행을 시작한다. 날씨 탓에 버섯이 다 썩었을 거라 예상하지만, 희망을 안고 또다시 거친 산을 오르는 그들의 눈앞에 어마어마한 크기의 노루궁뎅이버섯에 뽕나무 상황버섯까지 발견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희열의 현장을 만나본다.
나에게 있어 편의점이란?
누구나 마음속에 좋아하는 장소를 품고 있다. 그다지 특별하지도, 거창하지도 않지만 자꾸만 발길이 닿는 곳, ‘편의점’이다. 10대 아이들이 편의점을 들르는 이유는 가지각색이다. 오전 수업이 끝난 점심시간, 선생님 몰래 편의점에서 먹는 전주비빔 삼각김밥은 왠지 더 꿀맛이다. 누군가에게 편의점은 소소한 일탈의 장소라면 다른 누군가에게 편의점은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안식처이다. ‘이번엔 어떤 신상품이 있을까?’ 편의점은 기대감에 배신하지 않는다. 잦은 신상품 출시로 매번 색다른 구경거리를 선물한다. 오늘도 편의점을 들린 단골손님들, 이 아이들에게 편의점은 친구들과 우정을 돈독히 쌓는 아지트 같은 곳이다. 친구들과 1+1, 2+1 할인 상품을 나눠먹고 편의점 상품으로 만든 특별한 레시피를 공유하며 수다를 떤다. 이 시간이 바로 10대 아이들의 소소한 행복이다.
편의점에서 처음 알게 된 인생의 맛
학생이라면 빠질 수 없는 이야기는 단연 ‘공부’이다.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의 늪에 빠졌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학원 가는 길, 허기진 배를 채우러 편의점에 들어간다. 주어진 시간은 10분 남짓. 지친 하루에 단비와 같은 10분이 있다면, 지금 이 아이들에게 10분의 의미는 다르다. 늦을까봐 늘 초조하다. 하지만 대충 때운 한 끼에 금세 허기가 진다. 그리고 다음 날, 어제와 같은 하루가 또다시 반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