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포터즈 이야기

[EBS 스페이스 공감] 주현미, 전통가요 100년을 노래하다 - 15주년 특별기획 <시대와 공감>

  • 작성일 20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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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스페이스 공감 15주년 특별기획]


<시대와 공감> 첫 번째 이야기


주현미, 전통가요 100년을 노래하다




공연 일시 : 2019년 7월 4일(목) 저녁 8시,


방송 일시 : 2019년 7월 25(목) 오후 11시 55분


글 : 이미쁨 / 사진 : 이수정




2004년 4월, 첫 문을 연 <EBS 스페이스 공감>이 올해로 15주년을 맞이했다. <EBS 스페이스 공감>은 15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시대를 초월한 음악으로 사랑받고 있는 최고의 뮤지션들과 함께 그 시대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어 보고자 한다.

그 첫번째 순서로 지난 4일, 데뷔와 동시에 시대의 아이콘으로 사랑받는 가수 주현미의 무대가 펼쳐졌다. 35년이라는 세월을 통과해, 전 세대에 공감 받는 아티스트 주현미의 명성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녹화 현장은 공연 전부터 기대감과 들뜬 열기로 가득찼다. 특히 이날 공연은 한국 전통가요의 100년이라는 역사를 짧은 시간이나마 돌아보는 무대로 꾸며졌다. 

25일 목요일 밤 11시 55분, EBS에서 그 감동의 순간을 만나볼 수 있다.


‘비 내리는 영동교’와 ‘신사동 그 사람’. 한국의 대중음악에 일말의 관심이라도 가진 사람이라면 취향의 호불호를 떠나 이 곡들의 가락이 낯설게 느껴지진 않을 것이다. 1980년대 한국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최고의 인기 가수 중 한 사람. 짤막한 소절만으로도 누구의 목소리인지 알 수 있을 만큼 강한 개성을 지닌 디바 중의 디바, 주현미에 관한 얘기다.

주현미의 길고 화려한 이력을 여기에 모두 나열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녀의 노래가 우리 대중음악사의 한 챕터를 대변했다는 건 우리가 한국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이자 행운이었다. 귀를 간질이는 타고난 미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전통가요의 울타리를 넘어 포괄적인 보컬의 영역에서도 최고의 수준을 논할 만큼 뛰어난 테크닉은 아직도 후배들이 넘지 못한, 아니 앞으로도 넘지 못할 높은 벽과 같다. 부르는 노래마다 인상적인 해석이 더해졌고, 대중들은 진득한 감정이입의 과정을 체험할 수 있었다.

말하자면 주현미는, 흔히 ‘어른들이나’ 듣는 걸로 여겨지던 전통가요의 위상을 ‘한국 팝’의 중추적 장르 중 하나로 격상시킨 역사적 인물이다. 주현미 이전엔 이미자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주현미 이후에 누구를 말해야 하는지 쉽게 짚어내지 못한다. 주현미의 음악은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그녀는, 전통가요의 역사적 맥락에 집중한 채 자신의 노래가 어느 지점에 이르러 있는지 가늠하고,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전통가요의 음악적 가치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관찰해내고 있다. 유튜브 채널 “주현미TV”를 통해 공개되고 있는 작업이 이 노력을 대변한다. 과거의 히트곡에 기대지 않고, 쉼 없이 전통의 의미를 되새김하며 자신의 역할을 찾아 나선 그녀의 행보에 박수를 보낸다. 바로 이것이, EBS 스페이스 공감의 15주년 특별기획 “시대와 공감”의 첫 번째 주인공으로 주현미가 초대된 결정적 이유다.

/ 김현준(EBS 스페이스 공감 기획위원, 재즈비평가)



1. 비 내리는 영동교

2. 울면서 후회하네

3. 잠깐만

4. 월악산

5. 눈물의 부르스

6. 짝사랑

7. [전통] 황성옛터

8. [전통] 홍도야 우지마라

9. [전통] 울고넘는 박달재

10. [전통] 봄날은 간다

11. [전통] 찔레꽃

12. [전통] 나그네 설움

13. 추억으로 가는 당신

14. 신사동 그 사람

15. 정말 좋았네

+ encore 1. 또 만났네요

+ encore 2. 여정


*주현미 밴드 : 기타(이반석), 베이스(박제신), 건반1(김준태), 건반2&아코디언(김태호), 드럼(김수준), 퍼커션(황성용), 색소폰(고호정), 트럼펫1(신영하), 트럼펫2(김도윤), 트럼본(최강문)


"정말 오랜만에 가슴이 쿵쾅거릴 정도로 긴장되고 기대되는 무대에요."

가수 주현미가 10년 만에 EBS 스페이스 공감을 찾았다. 앞서 EBS 스페이스 공감 5주년 기념 무대에 섰던 역사를 이었다. 주현미는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있던 이 무대에 다시 서게 됐다. 음악하는 이들에게는 기대되고 긴장되는 곳이지만, 정말 위로가 되는 무대"라고 말했다. 이어 "15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 자리를 지켜온 EBS 스페이스 공감에 감사하다"며 축하 인사를 전했다.


첫 곡은 주현미의 데뷔곡인 <비내리는 영동교>였다. 내년이면 데뷔 35년이 되는 주현미가 매순간 두근대고 떨리는 신인의 마음으로 돌아가 무대를 꾸미겠다고 했다.





다음 곡은 <울면서 후회하네>였다. 파워풀하면서도 애간장을 녹이는 듯한 보컬, 프로다운 완급 조절이 무대를 장악했다. 밝고 신나는 멜로디 속에 헤어짐의 슬픔을 승화한 <잠깐만> 무대까지 이어졌다.


주현미는 "공연을 하다보니 10년 전 공감 무대가 생각난다"며 "무대가 가깝다보니 관객 한 명 한 명 귀 속에 대고 직접 옆에서 노래는 부르는 느낌"이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고의 실력 군단 '주현미 밴드'와 호흡하며 어느 때보다 신난 모습이었다.



주현미는 "한국 가요 중에는 지명이 들어간 노래가 많다. 산, 강, 벌판…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 그 안에는 선배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향토 음악이라고 각 지역을 대표하는 음악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많은 사랑을 받은 곡 <월악산>을 불렀다.


노래한 세월만큼 주현미와 함께한 음악인 <눈물의 부르스>와 <짝사랑> 무대도 이어졌다. <눈물의 부르스>를 부를 때는 카리스마 넘치게 무대를 휘어잡다가, 어린아이처럼 방방 뛰며 신난 모습으로 <짝사랑>을 소화했다. 두 무대의 상반된 매력은 주현미만의 다양한 색깔을 뿜어내는 듯 했다.




특별히 이날 무대는 한국가요 100년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주현미는 "전통가요는 대대로 이어지는 정서, 보물이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쉽고 솔직한 것"이라고 말했다. "너무 솔직하다 못해 순백하기까지 한 노랫말에 우리 민족만이 공유할 수 있는 남다른 정서가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결연한 표정의 주현미는 "이러한 노래들이 잊히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자취가 잊히는 게 공포스럽다는 마음까지 들어 하나 하나 남겨 놔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다"며 이날 특별한 무대를 꾸미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첫 곡은 한국사람이 최초로 만들고 부른 노래 <황성 옛터>였다. 1928년작으로 우리 가요의 기준이 되는 상징적인 곡이다.


다음 무대는 <홍도야 우지마라>였다. 관객들의 박수 소리와 함께 일명 '떼창'이 EBS 스페이스 공감 녹화 현장을 가득 메웠다. 주현미는 "오랜만에 부르지만 착착 붙는 가사죠?"라고 관객들에게 물었고, 관객들은 밝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이어진 곡은 <박달재>였다. 주현미는 "노래 가사 속 그 시절 안 살길 천만 다행"이라며 재치 있는 입담도 선보였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얘기처럼 아득한 옛노래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은 살갗에 와닿을 만큼 친숙한 정서였다.


주현미는 "'시대와 공감'이라는 주제로 노래를 부르지만, 사실 시대는 분명 바뀌었다. 그러나 우리가 이 음악을 부르고 공감했던 시간만큼은 사라지지 않고 분명 그대로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아름다운 노랫말 중 하나인 <봄날은 간다> 무대도 이어졌다. 주현미는 “잘 알려진 것은 없지만 작사가 손노원 선생은 어수선한 시국을 피해 일생동안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 사람”이라 설명했다. <봄날은 간다>는 손 선생의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유언처럼 남긴 말씀이 계기가 되어 지은 곡이라 한다. 어머니 무덤 앞 통한의 눈물을 흘리던 손 선생이 1953년 한국전쟁 막바지에 완성한 가사에, 백설희 선생의 꾸밈없는 목소리가 만나 더욱 빛이 나는 곡이다. 후대 가수들이 불러 아직까지도 전 세대에 걸쳐 사랑받고 있다.



1942년도에 발매된 <찔레꽃>은 벌써 77년이 된 노래지만 여전히 국민가요로 불리고 있다. 일제 탄압이 극심했던 1940년대 초 태평양레코드 전속가수이던 백난아(오금숙)라는 신인이 불렀던 노래다. 발매직후에도 인기였지만 요즘의 '차트 역주행'이라는 말처럼 광복 이후, 그리고 한국전쟁 때 다시 큰 사랑을 받았다. 이미자 선생 역시 롤모델로 백난아 선생을 언급했다고 한다. 주현미는 "노래에는 그 시절의 감성이, 가사에는 그 시대의 삶과 역사가 담겨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리운 선생님께 이 노래를 바친다"고 말했다.


주현미는 지난해 말부터 유튜브 채널 '주현미TV'에 우리 가요를 다시 불러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 가사를 쓰고, 곡을 짓고, 부른 노래들을 원본 그대로 남겨두자는 마음에서다. 주현미는 "일주일에 두 곡씩 부르고 있지만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EBS 스페이스 공감 무대에서는 ‘주현미TV’에서 가장 조회수가 높은 <나그네 설움> 역시 선보였다. 지난해 말부터 유튜브 채널 '주현미TV'에 우리 가요를 다시 불러 올리고 있다. 그중 가장 조회수가 높은 <나그네 설움> 역시 EBS 스페이스 공감 무대에서 선보였다.




<황성옛터>를 시작으로 한국가요 1세기 긴 세월을 압축해서 보여준 무대였다. 주현미는 함께 호흡을 맞춘 주현미밴드 멤버를 한 명 한 명 소개했다. 이어 “함께 음악하는 이 후배들이 서양악기로 우리 전통음악을 연주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거고, 그 시대를 안 살아봤기에 더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더 많은 연습으로 완벽하게 만들어낸 무대라 너무 고마웠다. 노래하는 가수 입장으로선 밤새 노래하고 싶을 만큼 든든한 밴드”라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노래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라며 남편 임동신 씨가 작곡한 <추억으로 가는 당신>을 불렀다. 한국 가요의 흐름을 바꿨다고 말할 수 있는 <신사동 그 사람> 무대도 이어졌다.


주현미는 “준비할 때부터 이곳에서 만나게 될 때까지 설레는 마음이 가득했다”며 “EBS 스페이스 공감 15주년 기념 ‘시대와 공감’이라는 특별한 무대를 함께해주신 관객 여러분과 EBS에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끝으로 “계절이 여름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데 모두들 몸 건강히 계시길 바란다”며 “욕심 같아서는 가을바람 부는 선선한 때 EBS 스페이스 공감 무대에서 한 번 더 뵙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이날 예정된 공연을 마무리하며 마지막 곡 <정말 좋았네>가 이어졌다.


관객들의 앙코르 요청이 이어졌고, 주현미는 <또 만났네요>로 다시 무대 위에 올랐다. 주현미는 “많은 이들이 자꾸 새로운 것, 새로운 것을 말한다. 그런데 옛 것은 낡은 게 아니다. 옛 노래라고 칙칙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늘 우리 곁에 있는 노래”라며 한국 전통 가요에 대한 애정을 당부했다.


마지막 앙코르 곡 <여정> 가사 "들에 핀 예쁜 꽃도 언젠가는 지겠지. 나도 언젠가 어디론가 구름따라 흘러 가겠지. 잠시 왔다가 가는 길에 사랑도 있었지만 머나먼 길 가고 없어도 강물은 흘러 가겠지"처럼 모든 것은 흘러가고 변한다. 하지만 주현미의 말처럼 우리 가요가, 이곳에 있었다는 역사는 영원하다.


이날 공연은 말 그대로 관객 모두를 울리고, 웃기고, 다시 울리며 감동을 자아내는 무대였다. 그 완벽한 순간을 25일 목요일 밤 11시 55분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만나볼 수 있다.